비밀번호를 알려줬다고 해서 속옷까지 뒤져도 괜찮은 걸까요?

“누수 확인한다더니…” 속옷 꺼내 30초 들여다본 관리실 직원
가족 여행으로 집을 비운 사이 관리사무소 직원이 들어와 빨래바구니를 뒤적이고 속옷을 꺼내 살펴봤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경찰은 현행법상 처벌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JTBC ‘사건반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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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비운 사이, 누군가 내 속옷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면… 그 순간, 여러분은 무엇부터 떠올리실까요.
이 사건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단순한 불쾌함을 넘어서, ‘이게 정말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집이라는 공간은 사람이 가장 무방비 상태로 머무는 곳이고, 가장 사적인 물건들이 놓여 있는 곳입니다. 그 공간에 들어온 사람이 허락받은 목적과 전혀 무관한 행동을 하며, 그것도 가장 사적인 물건을 꺼내 들여다봤다면, 이미 선은 넘어간 것입니다. 이 사건이 불편한 이유는 법리 이전에, 인간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사건의 구조는 단순합니다. 가족이 집을 비운 사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누수 확인’을 이유로 비밀번호를 받아 출입합니다. 그런데 홈캠 영상에는 전혀 다른 장면이 담겨 있습니다. 빨래 바구니를 뒤지고, 여성 속옷을 꺼내 한참 들여다보고, 남편의 속옷까지 펼쳐봅니다. 누수와 관련 없는 안방과 작은방까지 돌아다닙니다. 이쯤 되면 “어떻게 들어왔는지”는 이미 본질이 아닙니다. “들어와서 무엇을 했느냐”가 핵심입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이 영상을 들고 경찰을 찾았을 때 돌아온 답은 단순합니다. “현행법상 처벌 근거가 없다.” 이 한 문장이 사건을 정리해버립니다.
많은 분들이 여기서 멈춥니다. “이게 왜 처벌이 안 되지?”라는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내세우는 논리는 익숙합니다. 비밀번호를 알려줬으니 출입은 허락된 것이고, 절도나 손괴도 없으니 처벌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얼핏 들으면 그럴듯합니다. 하지만 사건 기록을 오래 보다 보면, 이런 결론은 대부분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법을 어디까지 적용했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론은 같아 보여도, 그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거침입과 관련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4. 2. 15. 선고 2023도15164 판결 [주거침입])는 분명 이렇게 말합니다.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침입행위에 해당하는지는 종국적으로는 주거의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덧붙입니다. “다만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는지는 사실상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태양인지를 평가할 때 고려할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다.” 이 문장을 끝까지 읽으면, 판단 기준은 분명해집니다. 허락을 받았는지 여부는 시작일 뿐이고, 그 이후의 행위가 주거의 평온을 해쳤는지가 핵심입니다.
이 사건을 그 기준에 대입하면 결론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누수 확인이라는 목적은 있었지만, 빨래 바구니를 뒤지고 속옷을 꺼내 살피는 행위는 그 목적과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안방과 작은방을 돌아다닌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지점에서 허락의 범위는 명확히 벗어납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는 단순한 출입이 아니라,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행위로 재평가될 여지가 충분히 생깁니다. 법은 ‘문을 열고 들어왔는가’보다 ‘그 안에서 무엇을 했는가’를 더 중요하게 봅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부분이 하나 더 있습니다. 많은 경우 주거침입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려다 보니, 다른 가능성을 놓칩니다. 이 사건은 오히려 ‘주거 수색’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더 직접적일 수 있습니다. 누수 확인이라는 제한된 목적에 대한 동의는 있었지만, 속옷을 꺼내 들여다보는 것까지 허락한 사실은 없습니다. 이 차이가 바로 허락된 행위와 수색 행위를 가르는 경계입니다. 그리고 이 경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사건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이런 논리를 하나하나 구성해서 수사기관에 제시하지 않으면, 사건은 쉽게 “규정이 없어서 처벌이 어려움”으로 간단히 정리되어 버립니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법리를 확장해서 적용해주기를 기대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수사기관이 모든 사건에서 최선의 법리 구성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피해자가 스스로 사건을 ‘법의 언어’로 정리해 던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지점에서 늘 같은 말씀을 드립니다. 억울함이 있다고 해서, 누군가가 알아서 움직여 주지는 않습니다. 그 억울함을 어떻게 구조화하고, 어떤 법리로 설득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혼자 감당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지치기 쉽습니다.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멈추는 분들도 많습니다. 충분히 이해되는 선택입니다. 다만, 그 선택의 결과가 결국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정리되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은 정말 언론의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경찰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검토했어야 하는 사건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처벌 근거 없음”이라고 말하기 전에, 허락 범위, 행위 태양, 수색 가능성까지 충분히 따져봤어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이 상태로 멈출 것인지, 아니면 사건을 다시 정리해서 제대로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던질 것인지입니다.
수많은 형사 고소 사건을 다루면서 제가 느끼는 것은 하나입니다. 어쨌거나 수사관도 사람인지라, 결국 준비된 사람의 편을 들어줄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더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비용을 들여서라도 그 준비를 대신 해주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결국 더 덜 지치고, 덜 후회하는 길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네 그렇습니다. 결국 변호사를 선임하시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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