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서면 작성법

온라인 계정 구매 후 받지 못했다면? 디지털 상품 민사소장 작성법

지세훈_변호사 2026. 9. 29. 13:48

 

온라인에서 게임 계정, SNS 계정, 프로그램 이용권, 디지털 코드, 아이템이나 각종 디지털 상품을 구매하기로 하고 돈까지 보냈는데 판매자가 약속한 물건을 넘겨주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많은 분들이 먼저 “사기로 고소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물건을 넘길 의사나 능력 없이 돈을 받은 사정이 있다면 형사상 사기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돌려받는 문제는 형사절차와 별개로 민사상 청구를 검토해야 합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상대방이 나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장황하게 강조하는 것보다 계약이 체결되었고, 내가 약정한 대금을 지급했으며, 상대방이 약속한 계정이나 디지털 상품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민사소송법 제249조도 소장에 당사자와 청구취지, 청구원인을 적도록 하고 있습니다. 결국 소장은 화가 난 이유를 쓰는 문서가 아니라, 법원이 왜 피고에게 돈을 지급하라고 명해야 하는지를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문서입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거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원고는 2026년 7월 10일 피고로부터 특정 게임 계정을 150만원에 양수하기로 하고 같은 날 피고 명의 계좌로 150만원을 송금하였다”는 식입니다. 그 다음에는 판매자가 무엇을 언제까지 제공하기로 했는지를 적습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겨주기로 했는지, 이메일 인증정보까지 변경해 주기로 했는지, 디지털 코드를 메시지로 보내기로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 거래했습니다”라고만 써서는 부족합니다. 판매글 캡처, 채팅내용, 문자메시지, 오픈채팅 대화, 계좌이체내역 등이 계약의 내용을 증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상대방이 “입금하면 바로 보내겠다”, “오늘 저녁까지 넘기겠다”고 말했다면 그 부분은 특히 중요합니다. 계약서라는 이름의 문서가 없어도 당사자 사이의 합의내용과 지급사실이 확인되면 민사상 계약관계는 충분히 문제될 수 있습니다. 소장에서는 계약체결일, 목적물, 가격, 지급방법, 이행기한을 시간순으로 끊어 적는 것이 좋습니다. 스크린샷 수십 장을 붙여놓고 재판부에게 알아서 거래내용을 찾아달라고 하는 방식은 좋은 소장 작성법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채무불이행을 명확히 특정하는 것입니다. 민법 제390조는 채무자가 채무의 내용에 좇은 이행을 하지 않은 경우 채권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이상한 핑계를 대면서 잠수를 탔습니다”라고만 적지 말고, “피고는 약정한 날짜가 지나도록 계정정보를 제공하지 않았고, 원고가 수차례 이행을 요구하였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적는 것이 정확합니다. 가능하면 마지막으로 이행을 요구한 메시지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민법 제544조에 따르면 상대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한 뒤 그 기간에도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상대방이 미리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면 최고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소송 전에 “○월 ○일까지 계정을 정상적으로 이전하거나 지급한 150만원을 반환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때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고 반환을 청구하겠습니다”라는 정도의 내용은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말없이 곧바로 소송하는 것보다 계약을 어떻게 종료했는지가 기록에 명확히 드러나는 편이 낫습니다.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다면 그 다음 청구구조는 비교적 단순해집니다. 민법 제548조는 계약이 해제된 경우 당사자에게 원상회복의무가 발생한다고 정하고 있고, 반환할 금전에는 받은 날부터 이자를 가하도록 규정합니다. 따라서 돈을 지급했는데 디지털 상품을 전혀 받지 못했다면 지급한 매매대금의 반환을 청구하는 형태가 기본이 됩니다. 계약관계가 인정되지 않거나 다른 사정 때문에 계약상 반환청구의 구조가 불분명하다면 부당이득반환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고 상대방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그 이익을 반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소장에 계약금반환, 손해배상, 부당이득을 아무 설명 없이 모두 섞어 적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주된 청구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정하고 필요한 경우 예비적 청구원인을 구성해야 합니다. 특히 게임이나 플랫폼 계정은 해당 서비스 이용약관에서 계정의 양도·판매를 제한하고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해당 거래가 어떤 구조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약관상 양도 자체가 제한되는 사안에서는 “계정을 넘겨달라”는 이행청구보다 이미 지급한 금전을 어떤 근거로 반환받을 것인지가 오히려 사건의 핵심이 될 수 있습니다.

소장의 청구취지는 간단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가령 150만원을 돌려받는 사건이라면 기본적으로 “피고는 원고에게 1,500,000원 및 이에 대한 일정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형태가 됩니다. 다만 지연손해금의 기산일과 적용이율은 계약해제 시점, 청구원인과 송달시점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무조건 인터넷 소장을 복사해서 붙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청구원인에는 ① 당사자 사이에 디지털 상품 또는 계정을 매매하기로 한 사실, ② 원고가 대금을 지급한 사실, ③ 피고가 약정한 목적물을 제공하지 않은 사실, ④ 원고가 이행을 최고하거나 계약을 해제한 사실, ⑤ 따라서 피고가 지급받은 대금을 반환해야 한다는 순서로 쓰면 됩니다. 민사소송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판사에게 필요한 질문도 결국 다섯 가지입니다. “무엇을 사기로 했습니까. 얼마를 보냈습니까. 상대방은 무엇을 해주기로 했습니까. 무엇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지금 얼마를 달라는 것입니까.” 이 다섯 질문에 증거를 붙여서 답하면 됩니다. 반대로 “저 사람은 상습적인 사기꾼 같습니다”, “다른 피해자도 많은 것 같습니다”라는 추측은 내 청구를 증명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증거는 거래순서에 맞춰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갑 제1호증으로 판매게시물이나 상품설명, 갑 제2호증으로 당사자 사이의 채팅내용, 갑 제3호증으로 계좌이체내역, 갑 제4호증으로 미이행 이후 독촉내용, 갑 제5호증으로 환불요구 또는 계약해제 통보를 붙이는 방식입니다. 특히 온라인 거래에서는 상대방을 특정하는 문제가 생각보다 큽니다. 닉네임과 오픈채팅 아이디만 알고 있다고 해서 그대로 소송이 진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송에서는 피고의 성명과 송달 가능한 주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액사건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성명과 주소를 정확히 파악해야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계좌이체를 했다면 계좌명의자 등 현재 확보한 인적사항을 먼저 정리하고, 필요한 경우 소송절차에서 사실조회 등 적절한 방법으로 추가적인 정보를 확보할 수 있는지 검토하게 됩니다. 또 청구금액이 3,000만원 이하인 금전청구라면 원칙적으로 소액사건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 일반 민사사건보다 간이한 절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금액이 작다고 소장을 대충 적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적은 금액의 사건일수록 계약관계와 입금내역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으면 사건도 빠르게 정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온라인 계정이나 디지털 상품을 받지 못한 사건에서는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구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형사사건에서는 상대방이 처음부터 속일 의도가 있었는지 등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지만, 민사소송에서는 반드시 형사상 사기죄가 인정되어야만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이 있었고, 내가 대금을 지급했으며, 상대방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계약이 해제되었다면 그에 따른 금전반환 문제가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소장을 “저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습니다”라는 이야기로 시작해서 끝내지 마십시오. 거래내역을 날짜별로 정리하고, 상대방이 약속한 내용과 실제 이행되지 않은 내용을 나누고, 환불 또는 계약해제 통보를 남긴 다음 그에 맞는 반환청구를 구성해야 합니다. 제가 민사사건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도 억울함의 크기가 아니라 계약, 지급, 불이행, 해제, 반환이라는 다섯 개의 연결고리가 증거로 이어져 있는지입니다. 온라인 거래에서는 물건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건까지 흐릿하게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상품도 분쟁이 생기면 결국 기록으로 판단합니다. 돈을 보냈다면 기록이 남고, 약속을 했다면 메시지가 남습니다. 그 두 가지를 제대로 정리하는 것이 민사소장의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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