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할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에 대하여

일단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기로 했다. 와사삭. 입에서 바스러지는 양상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배가 고플때가 아니라, 머릿속이 복잡할 때다. 손으로 눌러 잡은 빵은 부드럽게 찌그러지고,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은 제각각의 형태를 유지한 채 입 안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막상 씹기 시작하면, 그것들은 빠르게 섞인다. 빵과 패티, 소스와 채소가 한 번에 뒤엉켜서, 처음의 구분은 금방 흐릿해진다. 처음에는 분명히 따로 존재하던 것들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하나의 맛으로 기억된다.
관계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각자의 삶이 분명히 따로 있다. 시간도, 돈도, 감정도, 인간관계도 각자의 것이다. 그런데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경계는 조금씩 무너진다. 자연스럽게 섞이고, 서로의 일부가 된다. 이때는 그것이 문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섞임이 친밀함의 증거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더 깊이 들어간다.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까지가 상대인지 굳이 구분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관계가 끝나갈 무렵, 사람들은 다시 그것들을 나누려고 한다. 이건 내 것이고, 저건 상대의 것이라고. 감정도 정리하려 하고, 기억도 정리하려 하고, 돈도 정리하려 한다. 그런데 한 번 섞여버린 것들은 생각보다 쉽게 나뉘지 않는다. 입 안에서 한 번 씹어버린 햄버거를 다시 꺼내서, 빵 따로 패티 따로 정리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이혼 소송 과정은 대부분 예상보다 한참 길어진다. 다들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한다. 정리하면 될 것 같고, 나누면 될 것 같고, 서로 합의하면 될 것 같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감정이 개입된 상태에서의 분리는 늘 복잡하다. 특히 오랜 시간 함께한 관계일수록, 그 안에 쌓인 것들은 단순히 목록처럼 정리되지 않는다.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것들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 누가 더 상처를 받았는지, 누가 더 양보했는지, 누가 더 오래 참았는지 같은 것들이다.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멈춘다. 무엇이 합리적인지 스스로 판단하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준 자체가 흔들린다. 감정이 기준이 되는 순간, 결론은 계속 바뀐다. 어제는 괜찮았던 조건이 오늘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된다. 같은 감정을 다시 꺼내고, 같은 싸움을 반복한다. 시간은 흐르는데, 정리는 되지 않는다.
변호사가 필요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완벽하게 나누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를 각자의 몫으로 인정할지를 제대로 정하기 위해서다. 이미 섞여버린 것들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놓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현실적으로 가능한 선을 정하고, 그 선에서 멈추는 것이다. 이 과정은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생각보다 버겁다. 감정과 판단을 동시에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옆에서 기준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햄버거는 금방 사라진다. 몇 번 씹고 나면, 접시 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런데 그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은 몸 안에 오래 남는다. 관계도 그렇다. 끝나는 순간은 짧지만, 그 안에 들어 있던 것들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어떤 선택은, 배가 너무 고플 때보다 조금 덜 배고플 때 하는 것이 낫다. 급하게 한 입 더 베어 물었다가, 나중에 속이 더부룩해지는 날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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