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

인스턴트 커피를 좋아하게 된 변호사의 이야기

지세훈_변호사 2026. 4. 7. 13:51

 

나는 인스턴트 커피를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는 어느 순간부터 좋아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스타벅스를 안 가는 것도 아니고, 사실 리저브 매장에서 기간한정, 시즌한정 혹은 뭐가됐든 일단 비싼 가격이 매겨져 있는 원두를 선택해 마시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예전처럼 스벅을 자주 가지는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내가 커피를 타 마시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원한 물이 담긴 페트병에 인스턴트 커피원두를 툭 털어넣고, 흔들고, 끝이다. 뜨거운 물도 필요 없고, 스틱으로 저을 필요도 없고, 거품이 가라앉기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아 물론, 콜레스테롤 걱정도 없다.

당연히 인스턴트 커피가 맛이 더 뛰어나지는 않다. 향이 더 깊지도 않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스턴트 커피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굳이 찾자면 손 뻗으면 닫는 곳에 있어서 언제든지 편하게 마실 수 있다는 점, 생각 없이 손을 대충 움직여도 늘 같은 결과가 나온다는 그 확실함, 그리고 그 확실함이 주는 이상한 편안함이 아닐까 싶다.

 

바쁜 날에는, 맛보다 속도가 먼저다

바쁜 하루를 보내다 보면 원두를 고르고, 그라인더를 돌리고, 물을 끓이고, 커피가 천천히 내려지기를 기다리는 그 시간조차도 아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그 과정이 주는 만족감은 분명히 있다. 그런데 어떤 날은 그 모든 과정이 ‘사치’처럼 느껴진다. 이미 머릿속에는 처리해야 할 일들이 줄 서 있기에, 그 몇 분의 여유조차 부담이 되는 순간이 있다. 결국 손은 자연스럽게 가장 편한 쪽으로 움직인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방식, 실패할 일이 없는 선택 쪽으로.

사람들은 중요한 선택 앞에서 복잡한 방법을 찾는다. 더 완벽한 방법, 더 좋은 결과를 보장해 줄 것 같은 방법. 그런데 실제로 상황을 움직이는 것은 대개 그 반대다. 가장 단순하고,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많은 문제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어려운 방법을 택해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손 닿는 곳에 있는 것이 결국 남는다

인스턴트 커피의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손 닿는 곳에 있다는 것이다. 눈에 보이고, 바로 집히고, 아무런 준비 없이도 바로 마실 수 있다. 인간은 결국 접근성이 높은 것을 선택한다. 아무리 좋은 원두가 있어도, 꺼내고 준비하고 기다리는 과정이 필요하다면 손이 덜 간다. 반대로 특별히 맛이 뛰어나지 않아도, 언제든 쉽게 타먹을 수 있다면 그쪽을 선호하게 된다.

이건 부부관계에서도 똑같다. 수많은 이혼 사건 기록을 통해 가까워야 할 사람이 가장 멀어지고, 별 의미 없던 사람이 어느 순간 가장 가까워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목격한다. 사실 그 이유는 대단하지 않다. 그냥 배우자가 아닌 누군가와 더 쉽게 연락이 되고, 더 쉽게 감정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의 마음은 ‘노력해야 유지되는 관계’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관계’ 쪽으로 이동한다. 이를 뒤집어 보면 부부관계를 지키는 방법도 의외로 단순하다. 화려한 이벤트를 벌이거나 거창한 약속을 할 것이 아니라, 언제든 말을 걸 수 있고, 언제든 편하고 쉽게 반응이 돌아오는 상태를 만들야 한다. 그 단순함이 관계를 오래 버티게 만든다.

 

확실함이 주는 묘한 안정감

인스턴트 커피는 맛의 깊이로 승부하지 않는다. 대신 하방을 든든하게 지키며 실패하지 않는다는 확실함을 준다. 오늘도 비슷한 맛, 내일도 비슷한 맛. 큰 감동은 없지만, 실망도 없는 그 균일함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법정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다. 사람들은 종종 ‘한 번의 결정적인 반전’을 기대한다. 극적인 증거, 단번에 판을 뒤집는 한 마디. 그런데 실제로 결과를 만드는 것은 대부분 단순한 논리를 만들어 그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다. 같은 주장을 흔들리지 않고 유지하고, 같은 방향으로 자료를 쌓고, 같은 태도로 대응하는 것. 그 지루할 정도의 반복이 결국 결과를 만든다.

 

마치며

나는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은 결국 자신이 편한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는 것.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계속 꾸준히 유지할 수 없다면 결국 마음에서 몸에서 멀어진다. 반대로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계속 이어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 삶에 남게 된다. 아주 잠깐을 위해 있어 보이는 것을 굳이 오랜 시간을 들여 찾을 필요는 없다. 눈앞에 있는 편한 것을 집어 들면 장땡이다.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너무 거창하고 복잡한 방법을 택하게 되면 결국 시작조차 하지 못하거나, 시작은 해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한다. 잠깐의 만족을 위해 복잡한 길을 택하는 순간, 이미 실패가 예정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특별하지 않아 보이더라도 매일 반복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한다면, 그것이 결국 성공을 만든다.

관계도, 일도, 그리고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사소한 습관들까지도, 결국은 같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손이 가는 것을 남겨야 한다.
계속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인스턴트커피만큼이나 가벼운 글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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