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인지 대여금인지 불분명한 돈, 반환받기 위한 선택적 청구 작성법

돈을 보낸 사실은 분명한데 그것이 대여금인지 투자금인지 애매한 사건이 있습니다. 원고는 “빌려준 돈이니 돌려달라”고 하고 피고는 “사업에 투자한 돈이니 손실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가장 위험한 방법은 처음부터 대여금이라고 단정한 뒤 모든 주장을 거기에만 걸어버리는 것입니다. 재판부가 소비대차계약, 즉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같은 금액을 반환받기로 한 약정을 인정하지 않으면 청구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을 돌려받는 것이 목적이라면 계약의 명칭 하나에 승부를 걸기보다 가능한 반환 근거를 나누어 검토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여금 청구에서 원고가 기본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은 돈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이 아닙니다. 해당 금원을 피고에게 교부하면서 장래 반환받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계좌이체 내역만 있다고 해서 항상 대여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피고가 “수익이 나면 나누기로 했다”, “사업에 함께 투자한 것이다”, “손실 위험도 원고가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기 시작하면 송금의 성격 자체가 핵심 쟁점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차용증이 없거나 카카오톡 대화가 애매한 사건이라면 송금내역 하나만 들고 “돈을 보냈으니 돌려달라”고 주장해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피고가 투자금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곧바로 반환청구를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당사자들이 실제로 어떤 약정을 했느냐입니다. 사업이 잘되든 실패하든 일정 시점에 원금을 돌려주기로 했다면 명칭을 투자라고 사용했더라도 반환약정이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반대로 진정한 의미에서 사업의 성공과 실패에 따른 위험을 함께 부담하기로 한 투자라면 단순히 사업이 실패했다는 이유만으로 원금을 당연히 반환받는 것은 어렵습니다. 따라서 소장에서는 “투자냐 대여냐”라는 단어 싸움보다 돈을 지급할 당시 무엇을 약속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이런 사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복수의 청구원인을 함께 구성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원고는 우선 “피고에게 5,000만 원을 빌려주었으므로 대여금 5,000만 원을 반환하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대여관계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피고가 사업 종료 또는 일정 시점에 원금을 반환하기로 별도의 약정을 하였다면 그 반환약정을 근거로 같은 금액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계약 자체가 무효이거나 취소되는 사정이 있다면 부당이득반환 또는 원상회복이라는 별도의 반환 근거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같은 돈을 세 번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경제적 목적을 여러 법적 근거로 뒷받침하는 것입니다.
민사소송에서는 이를 선택적 병합의 형태로 구성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 역시 대여금 청구와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가 동일한 금원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사건에서, 당사자가 주위적·예비적이라고 표현했더라도 그 실질적 성질에 따라 선택적 병합관계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즉 청구인이 붙인 이름만으로 병합의 성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각 청구의 실질적인 관계가 중요합니다. 최근 대법원 역시 선택적으로 병합된 수개의 청구가 있을 때 법원이 그중 하나를 선택하여 심판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실제 소장을 작성한다면 먼저 ‘공통되는 사실관계’를 충분히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언제, 얼마를, 어떤 계좌로 보냈는지, 돈을 보내기 전에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피고가 돈을 받은 뒤 어떤 말을 했는지, 원금 반환이나 수익 지급에 관하여 어떤 약속을 했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합니다. 그다음 청구원인을 나누는 것입니다. 첫 번째로 소비대차에 따른 대여금 반환청구를 주장하고, 두 번째로 반환약정이 존재한다면 약정금청구를 구성하며, 계약의 무효·취소나 법률상 원인의 소멸이 문제 된다면 그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또는 원상회복청구를 별도로 검토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작성하면 같은 사실을 반복해서 장황하게 적지 않으면서 쟁점을 분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흔히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대여금이 아니라면 투자금이니 어쨌든 돌려달라”고만 쓰는 것입니다. 투자금이라는 이유만으로 반환청구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는 본래 손실 가능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투자로 평가될 경우에는 원금보장이나 반환약정이 있었는지, 투자계약을 해제하거나 취소할 사유가 있는지, 투자금을 받은 사람이 계약과 전혀 다르게 사용했는지 등을 다시 살펴야 합니다. 만약 처음부터 허위의 사업내용을 제시해 돈을 받았다면 경우에 따라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까지 검토할 수 있지만, 단순히 사업 결과가 좋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증거도 각각의 청구원인에 맞추어 배열해야 합니다. “빌려달라”, “언제까지 갚겠다”, “조금만 기다려달라”는 메시지는 대여관계를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반면 “수익금”, “지분”, “투자수익률” 등의 표현이 반복된다면 피고는 이를 투자관계의 증거로 사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같은 대화 안에서도 “사업이 안 되더라도 원금은 돌려주겠다”는 표현이 있다면 다시 반환약정의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에서는 카카오톡 한두 장을 골라내는 것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 대화를 시간순으로 읽어보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돈의 성격은 송금 버튼을 누른 순간보다 그 전후에 오간 말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청구취지 자체는 의외로 단순할 수 있습니다. 결국 원고가 원하는 것이 5,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이라면 청구취지는 그 금액의 지급을 구하는 형태로 작성하고, 청구원인에서 그 지급의 법적 근거를 나누어 주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여금, 약정금, 부당이득, 손해배상은 각각 성립요건과 지연손해금의 기산점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계적으로 한 문장에 모두 집어넣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실제로는 선택적 관계인지 예비적 관계인지도 개별 청구의 성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법원도 병합 형태는 당사자가 붙인 명칭이 아니라 청구 자체의 성질로 판단한다고 보고 있으므로, 단순히 제목에 ‘선택적 청구’라고 적는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결국 투자금인지 대여금인지 불분명한 사건에서 좋은 소장은 하나의 이야기를 억지로 확정하는 소장이 아닙니다. “이 돈은 무조건 대여금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우선 대여관계가 인정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고, 설령 재판부가 그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왜 다른 법적 근거에 따라 반환해야 하는지를 이어서 제시해야 합니다. 제가 사건 기록에서 자주 보는 것은 돈을 준 사실은 명백한데 청구원인을 지나치게 좁게 잡아 스스로 선택지를 없애버린 경우입니다. 민사소송에서 중요한 것은 처음 붙인 이름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실관계에 맞는 반환청구권을 빠짐없이 찾아내는 것입니다. 투자냐 대여냐가 애매하다면, 바로 그 애매함을 전제로 소장을 설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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