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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상담

아, 나는 일하는 게 좋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누군가는 여행을 가야 숨이 트이고, 누군가는 술잔을 기울여야 하루가 끝난다. 누군가는 캠핑 장비를 펼치면서 마음을 정리한다. 나는 이상하게도 일을 해야 숨이 트인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저장 버튼을 누르는 감각. 새벽 일찍 출근하여 사무실 형광등 아래에서 커피를 홀짝거리며 문장을 고치는 시간. 그런 것들이 나를 안정시킨다.

매일같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이 좋다. 아직 전화벨이 울리기 전의 공기. 컴퓨터 전원을 켜고 사건 기록을 하나씩 띄워서 검토하는 시간. 메일함을 정리하고, 카카오톡 상담 내용을 읽고, 어젯밤 늦게 도착한 자료 파일을 열어 보는 순간. 어떤 사람은 그런 시간을 스트레스라고 부르겠지만, 나는 오히려 살아 있는 느낌을 받는다.

변호사라는 직업은 결국 문제를 다루는 일이다. 누군가는 이미 잠을 잃었고, 누군가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은 상태로 사무실 문을 연다. 특히 이혼 사건은 더 그렇다.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가장 낯선 사람이 되어 버린 상태. 그 어색하고 무거운 공기가 상담실 안으로 따라 들어온다. 처음 상담을 오는 분들 중에는 “제가 살면서 변호사 사무실까지 찾아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사람은 원래 자기 인생이 무너지기 직전까지는 나름 괜찮다고 믿으면서 살아간다.

변호사 일은 기록을 읽는 일이면서 동시에 사람 마음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 통장 거래내역 하나에도 관계의 흐름이 남는다. 카드 사용내역에는 생활의 거리감이 묻어난다. 카카오톡 대화 몇 줄 안에 이미 끝난 관계가 들어 있는 경우도 많다. 오래 사건을 보다 보면, 사람은 결국 자기 생활을 숨기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된다. 사랑했던 방식도, 실망했던 방식도 전부 흔적으로 남는다. 어떤 사람은 끝까지 책임을 피하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이미 다 무너졌는데도 마지막 자존심 하나 붙들고 버틴다. 누군가는 단 한 줄의 사과를 듣고 싶어서 몇 년을 괴로워한다. 법률문서에는 감정이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감정이 가장 진하게 압축되어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을 참 좋아한다. 문장을 썼다 지웠다 하며 고민에 고듭을 거듭하며 고치는 일도 좋다. 준비서면 한 문장을 끝까지 붙잡고 수정하는 순간도 좋다. 누군가는 그런 걸 피곤하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런 디테일 안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결국 결과를 바꾸는 것은 거창한 말보다 작은 문장 하나인 경우가 많다. 소송 뿐 아니라 인간관계도 그렇다. 대부분은 아주 사소한 표현 하나 때문에 방향이 바뀐다.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인간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사라진다. 대신 현실적인 애정 같은 게 남는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다들 조금씩 이기적이고, 조금씩 외롭고, 조금씩 서툴다. 그래서 싸우고, 후회하고, 늦게 깨닫는다. 나는 매일 그런 장면을 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걸 보다 보면 사람을 완전히 미워하게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다들 자기 방식대로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면서 버티고, 어떤 사람은 운동을 하면서 버틴다. 어떤 사람은 여행 사진을 올리면서 괜찮은 척한다. 나는 일을 하면서 버틴다. 사무실에 앉아 문서를 열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기록을 정리하면서 하루를 앞으로 밀어낸다.

나는 이렇게 오늘도 일하러 나왔다.

단순히 돈 때문은 아니다. 물론 현실에서 돈은 중요하다. 나도 먹여살려야 할 식구가 있기에.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냥 나는 일하는 시간이 좋다. 정신이 맑아진다. 생각이 정리된다. 제대로 살아 있다는 감각을 느낀다.

아마 내일 아침에도 비슷할 것이다. 커피를 한 잔 내리고, 컴퓨터를 켜고, 사건 기록을 띄울 것이다. 또 누군가는 잠을 못 이루고 검색창에 이혼소송을 입력하다 나를 찾아올 것이고, 누군가는 받아야 할 돈 때문에 잠 한 숨 자지 못한 채 나에게 전화를 걸어올 것이다.

이렇게 세상은 또 시끄럽게 돌아간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오늘도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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