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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서면 작성법

계약서 없이 세금계산서와 거래명세표만 있는 물품대금 청구 소장 작성법

 

물건은 분명히 넘겨줬고 세금계산서도 발행했는데, 거래처가 대금을 주지 않는다. 막상 소송을 하려고 서류를 꺼내보니 정식으로 작성한 계약서는 없다. 이런 경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이 “계약서가 없는데 소송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일 것이다. 하지만 물품대금 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고 거래하는 사업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다. 오랫동안 거래해 온 업체라서 전화 한 통으로 주문을 받고 물건을 보내기도 하고, 거래명세표만 주고받은 뒤 월말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거래하기도 한다.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물품대금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종이 한 장에 서명이 되어 있느냐가 아니라, 실제로 어떤 물건을 얼마에 공급하기로 했고 그 약속에 따라 물건이 공급되었다는 사실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느냐다.

세금계산서와 거래명세표는 그런 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세금계산서에는 공급자와 공급받는 자, 공급가액, 세액, 작성일자 등이 기재되어 있고, 거래명세표에는 품목과 수량, 단가, 공급금액 등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원고가 2026년 3월부터 5월까지 피고에게 식자재를 계속 공급했고, 각 공급일마다 거래명세표를 발행했으며, 매월 말 해당 금액을 합산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였다면 거래의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기본적인 자료가 갖추어진 셈이다. 물론 세금계산서 한 장만 있다고 해서 법원이 언제나 그 금액 전부를 미지급 물품대금이라고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세금계산서는 발행됐지만 실제 물건은 받지 않았다”, “일부는 반품했다”, “이미 현금으로 지급했다”고 다툴 수도 있다. 그래서 소장을 작성할 때에는 세금계산서가 있으니 돈을 달라는 식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주문과 공급, 정산과 미지급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소장에는 우선 거래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간단하고 담백하게 적는 것이 좋다. 거창한 표현은 필요 없다. “원고는 식자재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이고, 피고는 음식점을 운영하면서 원고에게 지속적으로 식자재를 주문하였다”는 식으로 관계를 설명한 뒤,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주문을 받고 물품을 공급했는지를 적으면 된다.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주문을 받았다면 그것도 적을 수 있고, 거래처 직원이 정기적으로 주문 수량을 보내왔다면 그 내용을 설명하면 된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던 이유를 굳이 변명할 필요도 없다. 계속적인 상거래에서는 당사자 사이의 거래 관행에 따라 주문과 납품이 반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동안 같은 방식으로 물품을 공급하고 상대방이 정상적으로 대금을 지급해 왔다는 자료가 있다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과거 입금 내역까지 함께 제출하면 “이런 방식의 거래가 실제 계속되어 왔다”는 점을 보여 줄 수 있다.

그다음에는 미지급 물품대금이 어떻게 계산되었는지를 재판부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물품대금 사건에서 생각보다 자주 생기는 문제가 청구금액은 1,800만 원이라고 적혀 있는데, 첨부된 거래명세표를 모두 더해 보면 금액이 맞지 않는 경우다. 반품된 물품이 빠지지 않았거나, 이미 지급받은 돈이 공제되지 않았거나, 부가가치세 포함 여부가 뒤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소장은 채권이 실제로 존재하더라도 읽는 사람을 불안하게 만든다. 따라서 소장을 쓰기 전 거래명세표를 날짜 순서대로 정리하고, 공급금액 합계에서 상대방이 지급한 금액과 반품·할인 금액을 공제해 최종 잔액을 계산하는 것이 좋다. 가능하다면 “2026. 3. 공급분 ○원, 2026. 4. 공급분 ○원, 2026. 5. 공급분 ○원, 합계 ○원, 기지급액 ○원, 미지급액 ○원”과 같이 표를 하나 만들어 첨부하면 훨씬 명확하다. 소송은 결국 이야기를 설득하는 과정이지만, 돈을 청구하는 사건에서는 정확한 숫자가 그 이야기의 뼈대가 된다.

세금계산서와 거래명세표 이외의 자료도 가능한 한 함께 찾아보는 것이 좋다. 주문 내용이 남아 있는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 이메일, 거래처에서 보내온 발주서, 배송기사의 배송 내역, 택배 운송장, 물품 인수증, 거래처 담당자와 나눈 통화 녹음, 미수금 독촉에 대한 답변 등이 모두 보강자료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달 말까지 지급하겠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잔액이 얼마냐”는 식의 메시지가 있다면 상당히 유용하다. 상대방이 돈을 지급하지 못한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지급을 미뤘다는 내용 자체가 거래와 미지급금의 존재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방이 이미 오래전부터 납품 수량이나 품질, 반품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 부분 역시 미리 검토해야 한다. 좋은 소장은 자신에게 유리한 자료만 늘어놓는 소장이 아니다.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꺼낼 것인지 먼저 예상하고, 그 주장까지 견딜 수 있도록 자료를 정리한 소장이 결국 강하다.

청구원인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지급기일과 현재까지 대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적어야 한다. 거래 당시 매월 말일 정산 후 다음 달 10일까지 지급하기로 했다면 그 약정을 적고, 별도의 지급기일 약정이 명확하지 않다면 실제 거래 관행과 대금 독촉 과정 등을 확인해 정리할 필요가 있다. 이후 “원고는 피고에게 수차례 미지급 물품대금의 지급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현재까지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기재하고, 미지급 원금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형태로 마무리할 수 있다. 내용증명을 먼저 발송했다면 그 자료 역시 첨부하는 것이 좋다. 다만 지연손해금의 기산일이나 적용 이율은 사건의 내용과 청구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기계적으로 문구를 복사하기보다는 개별 거래관계에 맞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소장은 그럴듯한 문장을 많이 쓰는 문서가 아니라, 내가 받을 돈이 왜 존재하고 왜 지금 상대방이 지급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보여 주는 문서라고 생각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 때문에 처음부터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런 사건에서는 흩어져 있는 자료들을 모아 하나의 거래 이야기로 복원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세금계산서는 공급금액을 보여 주고, 거래명세표는 어떤 물건이 오갔는지를 보여 주며, 입금내역은 당사자 사이에 실제 거래가 계속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주문 문자와 배송자료, 대금 독촉에 대한 상대방의 답변까지 더해지면 계약서가 없더라도 거래의 전체 모습은 상당히 선명해질 수 있다. 내가 물품대금 사건 기록을 볼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도 계약서의 존재 여부만은 아니다. 돈이 오가기 전과 후에 당사자들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 행동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를 본다. 거래를 시작할 때 계약서를 잘 챙기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을 탓한다고 미수금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세금계산서와 거래명세표부터 날짜순으로 펼쳐 놓고 하나씩 정리해 보자. 생각보다 이미 많은 증거가 손안에 남아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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