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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서면 작성법

계약서 없이 업무를 수행한 프리랜서, 미지급 용역대금을 청구하는 방법

 

프리랜서 분쟁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계약서를 안 썼는데 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서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메신저로 “이 작업 부탁드릴게요”라는 말을 듣고, 일정과 금액을 간단히 정한 뒤 바로 일을 시작합니다. 수정 요청도 여러 번 받아주고, 밤늦게까지 작업해서 결과물을 넘깁니다. 그런데 막상 정산할 때가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정식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 “그 정도 금액을 주기로 한 적은 없다”, 심지어 “당신이 자발적으로 한 일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기도 합니다. 일을 다 하고도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허탈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계약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용역대금을 청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은 반드시 종이 한 장에 도장을 찍어야만 성립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프리랜서가 미지급 용역대금을 청구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계약서가 있느냐’보다 ‘업무를 맡기기로 한 합의가 있었느냐’입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메시지로 “로고 디자인 부탁드립니다”, “영상 세 편 작업해주세요”, “이번 달까지 개발해주시면 됩니다”라고 요청했고, 이에 대해 “비용은 300만 원입니다”, “그 조건으로 진행하겠습니다”라는 대화가 오갔다면 계약의 중요한 내용이 이미 상당 부분 드러나 있습니다. 이메일로 견적서를 보냈고 상대방이 “진행해주세요”라고 답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약이라는 것은 결국 한쪽이 일을 해주기로 하고 다른 한쪽이 그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는 의사의 합치입니다. 제목이 ‘용역계약서’인 문서가 없더라도 견적서, 메신저, 이메일, 업무 요청서와 실제 수행내역을 통해 그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런 사건에서 먼저 보게 되는 자료는 업무를 시작하기 전의 대화입니다. 돈을 받지 못한 뒤에 주고받은 독촉 메시지도 중요하지만, 훨씬 좋은 것은 분쟁이 생기기 전에 자연스럽게 남아 있던 기록입니다. “지난번 말씀드린 200만 원으로 진행해주세요”, “1차 시안은 금요일까지 부탁드립니다”, “추가 페이지는 30만 원 더 드리겠습니다” 같은 메시지는 강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실제 결과물을 보낸 이메일, 파일 전송기록, 수정 요청, 회의 일정, 작업 진척보고가 이어지면 이야기는 더욱 선명해집니다. 상대방이 결과물을 홈페이지나 광고, SNS, 회사 내부 시스템 등에 실제로 사용했다면 그것도 중요한 정황입니다. 계약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완성된 결과물은 계속 사용하고 있다면 그 주장 자체가 자연스럽지 않게 보일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 사건에서는 한 장의 결정적인 문서보다 이런 기록들이 시간순으로 이어지는 것이 훨씬 중요할 때가 많습니다.

다만 계약이 있었다는 점과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는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일을 맡긴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상대방이 “그 금액에는 동의한 적이 없다”고 다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견적서와 가격 협의 자료가 중요합니다. 최초 견적금액, 상대방의 가격 조정 요청, 최종적으로 확정된 금액이 확인되는 대화를 찾아봐야 합니다. 선금이나 중도금을 일부 받은 적이 있다면 그 입금내역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전체 용역대금 500만 원 중 계약금으로 100만 원을 받았다면, 그 송금의 이유와 당시 대화를 함께 제시함으로써 전체 계약관계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금액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일을 시작했다면 조금 복잡해집니다. 이 경우 수행한 업무의 내용과 분량, 기존 거래에서 지급된 금액, 견적자료, 업계의 통상적인 거래 수준 등을 통해 합리적인 보수액이 얼마였는지 다투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적어도 업무범위와 금액만큼은 문자 한 줄이라도 남겨두는 습관이 정말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가장 흔히 하는 반론은 “완성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결과물이 아니다”, “수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주장입니다. 프리랜서 입장에서는 일을 모두 마쳤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검수가 끝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감정적으로 “분명 다 해줬잖아요”라고 주장하는 것보다 계약에서 요구했던 업무가 무엇이었는지를 하나씩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초 업무 요청 내용, 중간 시안, 상대방의 수정 요청, 최종 제출본을 순서대로 정리해 보면 됩니다. 특히 상대방이 최종 결과물을 받은 뒤 “확인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 버전으로 사용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자료입니다. 이미 결과물을 공개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해 놓고 이후 대금 지급 단계에서만 갑자기 완성도가 부족했다고 주장한다면 실제 사용내역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리랜서 분쟁은 결국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가’보다 ‘약속한 일을 실제로 어느 범위까지 완료했는가’를 증명하는 작업입니다.

대금 지급일이 지났는데도 계속 미루기만 한다면 이제는 기록을 남기면서 청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미지급된 금액과 업무 내용, 지급하기로 한 날짜를 정리해 문자나 이메일로 지급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다음 주에 드리겠습니다”, “지금 자금 사정이 어려우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답한다면 오히려 채무 자체를 인정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체결 경위, 업무 수행 내용, 미지급 용역대금과 지급기한을 명확하게 통지할 수도 있습니다. 내용증명 자체가 돈을 받아주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 소송에서 언제 어떤 내용으로 지급을 요구했는지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지급하지 않는다면 지급명령이나 민사소송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금액이 비교적 크지 않은 사건이라면 비용과 시간을 고려해 소액사건 절차가 적절한지 함께 살펴보는 것도 좋습니다. 소송을 한다고 무조건 거창한 재판이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자료가 잘 정리된 미지급 용역대금 사건은 계약관계와 업무완료, 미지급액이라는 세 가지 축을 얼마나 명확하게 보여주느냐가 핵심입니다.

프리랜서에게 계약서가 없다는 사실은 분명 아쉬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일을 맡긴 사람이 있고, 그 요청에 따라 실제 업무를 수행했고, 상대방이 결과물을 받아 사용했으며, 돈을 지급하기로 했던 정황이 남아 있다면 처음부터 포기할 이유는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메신저 대화를 처음부터 내려받아 보고, 이메일과 견적서, 작업파일, 수정요청, 송금내역을 날짜 순서대로 모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이런 사건을 볼 때 종종 흩어진 기록을 테이블 위에 하나씩 펼쳐놓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하나씩 연결하고 나면 계약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한 번 했다면 다음 거래부터는 거창한 계약서가 아니더라도 최소한 업무범위, 금액, 납품일, 수정범위, 지급일은 글로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을 믿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관계가 좋을 때 약속을 분명하게 남겨두는 것이 나중에도 그 좋은 관계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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