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31)
NDA 계약서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바로 나는 계약서를 많이 본다.직업이 그렇다. 이혼 사건을 맡으면 재산분할 합의서를 보고, 사업 분쟁을 맡으면 동업계약서를 본다. 기밀유지계약서, 즉 NDA(Non-Disclosure Agreement)도 꽤 자주 마주친다. 그리고 매번 같은 장면을 목격한다. 계약서를 손에 쥔 사람이 그것이 마치 방패라도 되는 양, 혹은 상대방의 입을 꿰매는 실이라도 되는 양 안도하는 장면.나는 그 안도가 불편하다.NDA란 무엇인가. 단순하게 말하면 이렇다. '당신이 알게 된 정보를 밖에 흘리면 법적 책임을 진다'는 약속. 기업이 투자자에게, 스타트업이 개발자에게, 때로는 연예인이 매니저에게, 혹은 어떤 관계에서든 비밀이 오가는 자리에 이 종이가 등장한다. 서명란에 도장 하나 찍으면 뭔가 단단히 묶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그..
잠실변호사 계약서 검토 비용은 얼마 계약서 몇 장인데 검토비용이 왜 이렇게 비싸냐는 말을 오늘도 들었습니다. 방문상담 비용을 낼 테니 그 자리에서 훑어봐 달라는 요청이 뒤따릅니다. 저는 거절합니다. 그렇게는 맡지 않습니다. 물론 눈 딱 감고 상담 자리에서 몇 줄 코멘트를 대충 던지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계약서 검토가 아닙니다. 큰 문제 없어 보이는데요와 같은 몇 마디로는 이 문서가 앞으로 만들어낼 결과를 통제하지 못합니다.계약서를 제대로 보려면 문장만 읽어서는 안됩니다. 먼저 당사자의 위치를 짚어내고 거래 구조를 해부해야 합니다. 이 문구가 왜 들어왔는지 추적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빠진 조항을 채우고, 불리한 리스크를 걷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문장은 대부분 바뀝니다. 때로는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상담실에서 자주 ..
입속의 폭발, 혹은 갇혀 있다는 것에 대하여 어느 날 오후, 나는 아이에게 팝핑캔디의 원리를 설명해야 했다. "아빠 이게 왜 입 속에서톡톡 터져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잠시 멈칫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산화탄소가 고압 상태로 설탕 결정 안에 갇혀 있다가, 타액이 설탕을 용해시키는 순간 압력이 해제되며 기체가 급속히 팽창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린 아이의 언어가 아니었다. 아 이걸 어떻게 쉽게 설명하지. 팝핑캔디는 사실 단순한 과자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압축된 우주다. 만드는 방법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놀라운 폭력과 섬세함이 공존한다. 설탕을 140도 이상으로 가열해 찐득한 시럽 상태로 만든 다음,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의 20배에 달하는 압력으로 이산화탄소를 밀어 넣는다. 그리고 굳힌다. 가스는 도망치지 못하고 설탕 안에 갇힌다. ..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 더 망설여야 하는 이유 이상하게 밤이 길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이미 결론은 정해진 것 같고,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이상하게 바로 움직여지지 않는 그런 날. 휴대폰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메시지를 썼다가 지우고, 검색창에 ‘이혼소송’을 쳤다가 다시 닫습니다. 그 몇 초 사이에 사람은 이미 여러 번 결정을 내렸다가 번복합니다. 그리고 그 반복이 길어질수록, 스스로가 우유부단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그런데 그 망설임은 생각보다 중요한 신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싸움이 시작된 이후보다, 시작하기 직전에 훨씬 더 정확한 판단을 합니다. 이미 감정은 충분히 올라와 있고, 상대방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내려놓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멈춰 서게 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싸움이 생각보..
이혼할 때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에 대하여 일단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기로 했다. 와사삭. 입에서 바스러지는 양상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 배가 고플때가 아니라, 머릿속이 복잡할 때다. 손으로 눌러 잡은 빵은 부드럽게 찌그러지고,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은 제각각의 형태를 유지한 채 입 안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막상 씹기 시작하면, 그것들은 빠르게 섞인다. 빵과 패티, 소스와 채소가 한 번에 뒤엉켜서, 처음의 구분은 금방 흐릿해진다. 처음에는 분명히 따로 존재하던 것들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하나의 맛으로 기억된다.관계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각자의 삶이 분명히 따로 있다. 시간도, 돈도, 감정도, 인간관계도 각자의 것이다. 그런데 함께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경계는 조금씩 무너진다. 자연스럽게 섞이고, 서로의 일부가 된다. ..
당신이 믿고 있는 ‘사실’은 정말 사실일까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기억을 사실이라고 믿는다. 틀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특히 감정이 얽힌 사건일수록 더 그렇다. 억울함이 클수록 기억은 더 또렷해진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인 경우를 자주 본다. 감정은 기억을 선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향을 틀어버린다. 그래서 같은 사건을 두 사람이 전혀 다르게 말하는 장면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변호사의 일은 그 어긋난 기억들 사이에서 시작된다. 의뢰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끊기고, 섞이고, 때로는 순서가 뒤집힌 채로 나온다. 그 이야기에는 분명 진실이 있다. 다만 정리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벽한 사실관계를 기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변호사는 그 조각들을 모은다. 그리고 그것이 법정..
사탕을 커피에 살짝 녹여본다. 사탕을 커피에 살짝 녹여본다. 이미 녹아버린 사탕은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이 단순한 사실을, 사람들은 꼭 관계가 끝나갈 즈음에야 깨닫는다.처음에는 의식하지 못한다. 단맛은 아주 천천히 번진다. 커피 위에 남아 있던 사탕의 형태가 흐려지고, 색이 조금씩 섞이면서, 어느 순간에는 어디까지가 커피이고 어디까지가 사탕이었는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사람의 감정도 비슷하다. 처음에는 분명히 나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 감정과 상대의 감정, 내 삶과 상대의 삶.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 경계는 점점 흐릿해진다.결혼이라는 것은 결국 두 사람의 삶을 한 잔의 커피처럼 만들어버리는 과정이다. 따로 있던 것들이 한 곳에 담기고, 서로의 온도에 영향을 받는다. 그 안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어떤 날은 설탕..
AI로 소송 준비해도 괜찮을까? 혼자 소송했다가 더 복잡해지는 이유 아니, 이러다가 누가 AI 이용해서 소송하는 법도 강의로 판다고 나서는 것 아니야? 하는 얘기를 얼마 전 지인과 웃으면서 한 적이 있다. 그때는 정말 농담이었다. 세상이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가벼운 상상이었다. 그런데 잘은 몰라도 요즘 상담 요청을 받아보니, 정말로 이렇게 소송하는 법을 누군가가 알려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때의 웃음이, 뒤늦게 조금 다른 의미로 돌아온다. 농담이 현실을 따라잡는 순간은, 대개 그렇게 조용하게 온다.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인터넷 조금 검색만 해 보면 양식이 나오고, 몇 개의 설명만 따라가면 서류 하나쯤은 금방 만들어진다. 전자소송 사이트 내에서 어지간한 문서 편집도 모두 가능하니 어려울 것이 없다. 유튜브 영상에 누군가가 친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