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법률상담

(43)
"AI가 다 알려줬는데 왜 변호사가 필요해요?" 라고 얘기하는 당신에게 “지금이라도 뭘 해야 할까.” 요즘 여기저기서 정말 자주 듣는 말이다. 주식 이야기 같기도 하고, AI 이야기 같기도 하고, 부동산 이야기 같기도 하다. 사실은 다 같은 이야기다. 사람들은 뒤처지는 것이 무섭다. 정확히는, 남들은 이미 다음 칸으로 넘어갔는데 자기만 이전 화면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을 견디기 어려워한다.한밤중에 유튜브를 켜면 그런 불안을 자극하는 영상이 끝도 없이 나온다. “이 AI 하나로 월 천 벌었습니다.” “지금 이 산업 안 들어가면 끝입니다.” “변호사도 대체됩니다.” 사람은 원래 미래보다 속도를 무서워한다. 미래는 천천히 오지만, 속도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만 뒤에 남겨두고 달아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ChatGPT가 처음 나왔을 때를 떠올려본다. 사람들은 AI에게 끝말잇기..
소송에서 이기고 싶다면 순리대로 풀어가야 합니다 누군가는 소송을 시작하면 세상이 뒤집힐 거라고 믿는다. 소장 한 장만 보내면 상대방이 겁먹고 돈을 보내올 것 같고, 갑자기 태도가 바뀔 것 같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황이 정리될 것 같다고 생각한다. 밤마다 휴대폰을 붙잡고 검색한다. “소송하면 상대방이 바로 합의하나요.” “내용증명 보내면 무섭나요.” “민사소송 이기면 바로 돈 받을 수 있나요.” 그런 질문들을 보다 보면 사람 마음이 참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판결문 자체가 아니다. 불안에서 빨리 빠져나오고 싶은 것이다. 억울함을 단번에 뒤집고 싶은 것이다. “내가 맞았다”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다.그 마음 자체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수많은 상담실에서 그런 얼굴들을 봐 왔다. 며칠째 잠을 못 잤다는 사람..
아, 나는 일하는 게 좋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사람은 결국 자기가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누군가는 여행을 가야 숨이 트이고, 누군가는 술잔을 기울여야 하루가 끝난다. 누군가는 캠핑 장비를 펼치면서 마음을 정리한다. 나는 이상하게도 일을 해야 숨이 트인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저장 버튼을 누르는 감각. 새벽 일찍 출근하여 사무실 형광등 아래에서 커피를 홀짝거리며 문장을 고치는 시간. 그런 것들이 나를 안정시킨다.매일같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이 좋다. 아직 전화벨이 울리기 전의 공기. 컴퓨터 전원을 켜고 사건 기록을 하나씩 띄워서 검토하는 시간. 메일함을 정리하고, 카카오톡 상담 내용을 읽고, 어젯밤 늦게 도착한 자료 파일을 열어 보는 순간. 어떤 사람은 그런 시간을 스트레스라고 부르..
"설마 그럴 리 없잖아"가 소송이 되는 순간 사람들은 계약서를 쓸 때 묘한 불안을 느낀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와 동업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감정을 느낀다. 서로 믿는 사이에 계약서 조항을 따지는 것이 마치 상대를 의심하는 행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계약서를 대충 쓰거나, 아예 쓰지 않거나, 혹은 인터넷에서 찾은 양식을 그대로 복붙한다. 괜히 깐깐하게 보였다가 계약이 어그러질까 두려워한 나머지 몇 가지 걸리는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서에 서명을 한다. 그리고 나중에 내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나는 변호사다. 매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이야기들은 놀랍도록 비슷한 문장으로 시작된다."설마 그 사람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믿음은 감정에 불과하다.한 의뢰인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는 20년 지기..
NDA 계약서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바로 나는 계약서를 많이 본다.직업이 그렇다. 이혼 사건을 맡으면 재산분할 합의서를 보고, 사업 분쟁을 맡으면 동업계약서를 본다. 기밀유지계약서, 즉 NDA(Non-Disclosure Agreement)도 꽤 자주 마주친다. 그리고 매번 같은 장면을 목격한다. 계약서를 손에 쥔 사람이 그것이 마치 방패라도 되는 양, 혹은 상대방의 입을 꿰매는 실이라도 되는 양 안도하는 장면.나는 그 안도가 불편하다.NDA란 무엇인가. 단순하게 말하면 이렇다. '당신이 알게 된 정보를 밖에 흘리면 법적 책임을 진다'는 약속. 기업이 투자자에게, 스타트업이 개발자에게, 때로는 연예인이 매니저에게, 혹은 어떤 관계에서든 비밀이 오가는 자리에 이 종이가 등장한다. 서명란에 도장 하나 찍으면 뭔가 단단히 묶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그..
잠실변호사 계약서 검토 비용은 얼마 계약서 몇 장인데 검토비용이 왜 이렇게 비싸냐는 말을 오늘도 들었습니다. 방문상담 비용을 낼 테니 그 자리에서 훑어봐 달라는 요청이 뒤따릅니다. 저는 거절합니다. 그렇게는 맡지 않습니다. 물론 눈 딱 감고 상담 자리에서 몇 줄 코멘트를 대충 던지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계약서 검토가 아닙니다. 큰 문제 없어 보이는데요와 같은 몇 마디로는 이 문서가 앞으로 만들어낼 결과를 통제하지 못합니다.계약서를 제대로 보려면 문장만 읽어서는 안됩니다. 먼저 당사자의 위치를 짚어내고 거래 구조를 해부해야 합니다. 이 문구가 왜 들어왔는지 추적이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빠진 조항을 채우고, 불리한 리스크를 걷어냅니다. 그 과정에서 문장은 대부분 바뀝니다. 때로는 처음부터 다시 씁니다.상담실에서 자주 ..
입속의 폭발, 혹은 갇혀 있다는 것에 대하여 어느 날 오후, 나는 아이에게 팝핑캔디의 원리를 설명해야 했다. "아빠 이게 왜 입 속에서톡톡 터져요?"라고 물었을 때, 나는 잠시 멈칫했다. 과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산화탄소가 고압 상태로 설탕 결정 안에 갇혀 있다가, 타액이 설탕을 용해시키는 순간 압력이 해제되며 기체가 급속히 팽창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린 아이의 언어가 아니었다. 아 이걸 어떻게 쉽게 설명하지. 팝핑캔디는 사실 단순한 과자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압축된 우주다. 만드는 방법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놀라운 폭력과 섬세함이 공존한다. 설탕을 140도 이상으로 가열해 찐득한 시럽 상태로 만든 다음, 자동차 타이어 공기압의 20배에 달하는 압력으로 이산화탄소를 밀어 넣는다. 그리고 굳힌다. 가스는 도망치지 못하고 설탕 안에 갇힌다. ..
소송을 시작하기 전에, 한 번 더 망설여야 하는 이유 이상하게 밤이 길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이미 결론은 정해진 것 같고,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지만, 이상하게 바로 움직여지지 않는 그런 날. 휴대폰을 들었다가 내려놓고, 메시지를 썼다가 지우고, 검색창에 ‘이혼소송’을 쳤다가 다시 닫습니다. 그 몇 초 사이에 사람은 이미 여러 번 결정을 내렸다가 번복합니다. 그리고 그 반복이 길어질수록, 스스로가 우유부단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그런데 그 망설임은 생각보다 중요한 신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싸움이 시작된 이후보다, 시작하기 직전에 훨씬 더 정확한 판단을 합니다. 이미 감정은 충분히 올라와 있고, 상대방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내려놓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번 더 멈춰 서게 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이 싸움이 생각보..